
오랫만에 하는 책 이야기로군요.
학교에 있다보면 그곳에서 읽을 거리도 쌓여있는 판이라 개인적인 독서는 무리입니다.
때문에 방학을 틈타 독서광이신 아버지의 추천작을 손에 한권 잡았습니다.
우선 저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보자면,
저자 김정운 박사는 매우 재미있는 공부를 하신 분입니다.
제가 알기론 아직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은 "문화심리학"이란 과목을 공부하신 분이지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 후, 독일에 홀로 유학을 가셔서 이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현재 이 분은 "한국 사회는 못 놀아서 망한다" 라는 주장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서 "노는"동안 깨달은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많은 분들은.. 이랄까 적어도 덧글을 달아주시는 많은 분들은 일본이란 나라, 아니 적어도 그들의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저 자신도 그중 하나지요.
그런 모든 분들께 이 책은 꽤나 재미있는 독서거리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도 그럴게, 가장 처음으로 그가 제시하는 의문이 무려
"왜 일본 만화에 나오는 여자는 항상 하얀 빤스를 살짝 보여주는가?"
이거든요 [...]
일본에 관한 한국의 시점을 그는 이렇게 비판합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일본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친일/반일의 단순 이분법으로 나눠야만 편해지는 집단강박증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는 항상 우리만 손해일 뿐이다.
일본은 바로 '우리의 문제'다. 친일/반일의 이분법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남북관계조차 더 이상 아군/적군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일관계는 훨씬 더 중층적이고 다차원적이다. 아무리 깎아 내려도 일본이 세계2위의 강대국이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클럽 G8에 속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사실만으로도 일본은 열광적으로 들여다보기에 충분한 나라 아닌가.』
저 역시 이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세대는 변하는 것이기에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 즉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모릅니다.
그 분들이 겪었던 일본으로부터의 고통과 슬픔은 모릅니다. 알려고 노력해도 모르는건 모르는겁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점을 이해하지 못 하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과거의 역사는 잊지 말되,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읽고 난 후의 소감을 적는것이기에 내용을 까발려서는 안돼겠지요.
때문에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표현하고 싶은것은 저자의 독특한 시점, 그리고 유머입니다.
더 이상 책이란 진부한 논문이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교과서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이런 "Reader-Friendly," 즉 독자를 더 고려하는 책이 많아야 한다고 믿기에, 이런 점만을 강조하겠습니다.
그는 "왜 세계에서 성관계 횟수가 가장 적은 일본에 러브호텔은 그렇게 많은 것일까?" 라는 의문을 자문하던 도중 이런 말을 합니다.
『수갑부터 묶는 끈, 채찍 등 정말 다양한 물품으로 인간의 성욕을 자극하는 일본의 페티시(fetish) 문화에 관해 토론하다가 문화평론가인 김갑수 형이 갑자기 그런다. '그게 가장 인간적인 거야. 상상력이 들어가잖냐. 그저 피스톤 운동밖에 없는 포유류의 성욕과 인간의 성욕을 구분하는 기준은 상상력의 유무로 결정되는 거야. 아닌가?'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이 짤방을 떠올렸습니다 [...]
즉, 인간은 속칭 "변태"가 아니면 인간이 아니란겁니다.
읽는 순간 왠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 처럼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이것이 정답이다, 하고.
시점 얘기는 했으니 이번엔 유머의 차례군요.
예제라면 잔뜩 있습니다만, 하나 꼽자면 이것입니다.
『'오빠, 사랑해요.' 내 앞방의 중국 아가씨는 매일같이 나를 보면 웃는 얼굴로 그랬다. 독일에서 혼자 유할할 때의 이야기다. 기숙사에 어렵게 방을 구해 들어갔다. 같은 날, 바로 앞방에 중국 여학생도 새로 들어왔다. 예쁘장하고 아주 교양 있는 몸가짐이었다. …… 그녀가 한국어로 아침 인사는 뭐냐고 내게 물었다. 난 '사랑해요'라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내 이름은 뭐냐고 했다. '오빠'라고 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아침마다 내게 웃는 얼굴로 '오빠, 사랑해요!' 라고 했다.』
,랄까 아주 재미있는 분입니다 [...]
물론 이렇게 한 부분만 잘라두면 내용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저자가 일본의 "집단주의적 개인주의"에 관한 설명을 할때 예제로 쓰이는 이야기지요.
책의 부제로 "일본은 모든것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하나도 안 받아들인다."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걸 저자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일본 문화는 '저수지 문화'다. 모두 들어와서 그저 고이기만 한다. 새로 들어오는 것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며, 그냥 그대로 다 있다. 다만 매번 다르게 편집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일본의 힘이다.』그리고 후에 저자는 여러 예제를 끌어내어 이 주장을 증명합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또다시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더군요.
지난 여름에 혼자 다녀온 짧은 여행기간동안 너무나 큰 감동을 했기에 그 욕구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다음번에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저자가 다녀왔던, 그리고 걸었던 길을 저도 걸어볼 생각입니다.
그도 그럴게 책의 띠지에는 "일본열광을 읽는 순간 당신의 일본 여행이 달라진다!" 라고 써있거든요.
일본의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여러분들께선 한번쯤 읽어보실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삶의 "재미"를 강조하는 저자가 쓴 책이다 보니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많습니다.
언제든 틈틈히 조금씩만 읽어도 충분히 유익하고 유쾌한 독서가 가능합니다.
















